오감도 제 1호의 성적페티시즘에 근거한 해체 (FINAL 수정판)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이상의 작품 중 날개와 함께 가장 유명한 오감도 그 제 1장을 해제해보자. 우선 오감도란 제목부터가 흥미로운데 까마귀 오(烏) 굽어보다 감(瞰) 그림 도(圖) 로 즉 까마귀를 굽어보는 그림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특히 내가 주목한건 烏인데 까마귀 오자는 새 조(鳥)자와 그 모습이 거의 흡사하지만 단 한 획의 차이로 새와 까마귀가 구분되는 것이다. 즉 새가 되기에는 1획이 부족한 까마귀를 빗대어 이상은 완전한 남자(혹은 여자)구실을 못하는 사람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는 이상의 시에서 자주 거세, 폐경기에 관련된 표현이 등장하는 점에서도 추측이 가능하다.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疾走)하오.
(길은막달은골목이적당하오.) //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제11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오.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13인의 아해들이 도로를 질주한다.(아해란 아이를 가리키는 단어. 질주한다는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도로로' 즉, 도로를 향해 질주한다는 표현이 중요한데 본인이 볼때 도로는 어른들의 세계, 생활을 가리키는 것 같다. 즉 본 문장의 의미는 '어른이 되어간다' 정도 되려나?)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다(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해 따라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누구나 8살이나 9살무렵 어른 몰래 술을 따라 먹어본 기억 하나 쯤 있지 않은가? 하지만 모방은 모방일 뿐이다.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힌다. 그것을 이상은 막다른 골목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어느 국문과 교수님은 막다른 골목을 아이들이 어른들의 SEX를 보고 모방하는 행위. 즉 자위행위-통칭 DDR-로 해석했다. 멋진 분이다.)

제 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러오~제 13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러오(여기서 핵심은 '1~13까지 숫자의 나열이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가?' 인데 이에 대해서는 각 대학 국문과 교수님들마다 학설이 천차만별이라서 확실한건 아무것도 없다. 본인은 1~13이라는 숫자의 연속성을 보고 이것을 나이라고 생각했다. 즉 제 1의 아해는 1살, 제 13의 아해는 13살 이런식으로.. 결국 1살~13살까지 아이들이 무섭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무서운 걸까? 본인은 SEX라고 생각했다. 상상해보자. 순수한 아이의 시각에서 어둠속에서 남녀가 엉켜서 땀을 흘리고 비명을 질러대는 모습은 끔찍한 공포다. 과거 우리의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SEX를 싸움 혹은 레슬링이라 이해시켰던걸 떠올리면 수긍이 갈 것이다. 또 어떤 작가는 어린 시절 보았던 SEX장면을 이렇게 표현했다. 엄마가 어둠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괴물에게 잡아먹히고 있다고 말이다. 덧붙이자면 14살 이후부터는 2차성징이 발생하면서 이성에 대해 호기심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SEX에 대한 공포감도 사라진다.)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 하는 아해와 그렇게 뿐이 모였소(이쪽 해석이 제일 힘들었는데 갑자기 무서워 하는 아해 말고 무서운 아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무서운 아해란 이미 어른의 세계를 경험했다는 의미다. 어떻게 최고령(?)이 13살에 불과한 아해들이 벌써 그렇게 조숙 할 리가 있겠느냐고 생각했는데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당시는 1930년대 초였지만 아직까지도 조혼이 비일비재하던 시절이었다. 조선왕조는 주문공가례에 따라 남자는 16살, 여자는 14살부터 결혼이 가능하다는 명령을 내렸지만 이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조혼하는 경우가 일제시대까지 흔했다고 한다. 심한 경우는 8살짜리 꼬마신랑이 살림차리는 경우도 있었다하니 13인의 아해중 최소 1명 이상은 무서운 아해가 있을 수도 있다.)


아아아 드디어 1년여만에 오감도 제 1호 아해에 관한 마지막 해석에 들어가도록 하겠다. 준비는 되었는가?

우선 이상이 쓴 수필에 관해 얘기를 해보자. '이 아해들에게 장난감을 주어라' 이상이 시골에 폐혈증 요양차 내려가서 써낸 여러 수필 중에 권태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수필로 손 꼽히는 작품인데 이 수필을 읽고 추론할 수 있는 바는 이상은 아해들은 아해 다워야 함에 집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뜻모르는 순수성과 세태에 찌들어 있지 않은 아해들에 대한 어른들의 일말의 환상과 동경, 소위 피터팬 증후군이라 말하고 광범위하게는 아동 페티시즘에 이르는 (결코 로리타콤플렉스와는 다르다) 이 증상은 이상에게 과도하게 집적되어 있었는데 그 원인으로는 이상의 유년기에 겪었던 내적인 애정 결핍을 들 수 있겠다.

이상은 태어난 직후 자신의 큰 아버지 댁에 양자로 입적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큰 아버지와 큰 어머니 사이에 아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원래 원하지 않으면 쑥쑥 생기는게 아기인지라 (;;) 이상이 5살 무렵 큰 어머니가 아이를 출산하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마치 A.I 에서의 데이빗 같은 입장이 되어버린 이상은 가장 어머니의 사랑이 절실한 시기에 1차 실연을 겪고 그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가게 된다. 이 정신적 트라우마는 이상이 비정상적으로 이성에게 집착했던 원인을 설명해 주는데 이는 자신이 받아본적 없는 유년기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간접적인 방법으로나마 되찾아보려는 시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상이 얻을 수 있는 이성이란 물질적 가치에 탐닉해 몸뚱아리를 파는 기생들 뿐이었기에 진실된 어머니적 사랑을 안겨줄 이성을 만나지 못했고 이로인해 종국에는 트라우마가 외면으로 폭발적으로 분출, 자기 혐오와 자아 해방공간의 부재로 스스로 육체를 붕괴시키기 위해 폭음 모르핀 그리고 섹스로 점철된 생애를 보내게 된다. 이렇게 써놓고보니 이상만큼 불쌍한 인생도 없다. 가끔 이상 시 중 어머니를 모티프로 한 시가 몇개 있는데 그걸 읽을때마다 그 사람이 정말 불쌍해져 눈물 흘리곤 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 이상은 자신이 내면적으로 거세당했던 순수성을 아해들에게서 찾으려 노력했고 그 결과가 무서운 아해든 무서워하는 아해든 다 '좋다'는 결과로 귀결 되는 것이다. 그들에게서 얻어야 할 것 그리고 지켜야 할 것은 순수성뿐이지 섹스에 대한 공포감이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1년전에는 이 구절을 이상이 그저 로리타 콤플렉스의 발현한 정도로 치부하고 말았는데 그 내면에는 지독한 아픔이 응어리져 있었던 것이다.

by 사냥꾼이너무많다 | 2007/10/28 19:25 | 李箱시 해석 (19禁)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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