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기사와 야구기사의 차이 : 컨텐츠의 양과 질에 관한 문제

제목은 거창합니다만 사실 내용은 별거 없을지도 =~=..

일선에서 발로 뛰는 스포츠 기자분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맨날 찌라시네, 기자 아무나 하네 하고 욕을 하다가도 일면

그들의 애환(?)에 동조를 보내기도 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얘기를 나누다 야구 기사와 축구 기사의 차이에 관한 문제가 나왔습니다.


'왜 야구 기사는 story telling 이 있는데 축구 기사는 description 만 있는가?'


말하자면 야구 기사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령 선수 인터뷰 기사라면 그 선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그저 옮겨적는데 
 
그치지 않고 그 선수가 거쳐간 팀과 그와 만나고 관계를 맺었던 단장과 감독과 선수와 그리고 팬들 과의 에피소드들을
 
적절히 섞어 넣으며 야구라는 테두리안에서 독자와 필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추억, 기억들을 엮어냅니다.

혹자는 그걸보고 너무 선수를 미화했다 객관적인 인터뷰가 아니다라고도 하지만 저는 그런 기사들을 보면 퍽 재밌습니다. 

마치 단편소설이나 수필을 봤을때의 상쾌함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요? 비록 명색이 축구팬인지라 -_-; 야구에 대한 경험은

일천하지만 가끔 좋은 야구 기사를 보면 가슴이 한켠이 뜨거워지면서 감정이입이 되더군요. 용기와 의지를 잃지않으며 쉼없이

도전을 반복하며 살아가는이들의 이야기에 감동하고 박수를 보내고 싶은건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야구 기사

속에는 바로 그런 이야기들이 녹아들어있는 경우를 제법 봤습니다. (물론 수준이 심히 의심되는 야구 기사들도 있었지만 ㅎ_ㅎ..)


이에 반해, 축구 기사들은 대부분, 기록을 갖다 붙이는데 치중하고 있습니다. 현상이 있으면 그 현상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그 현상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데 기사의 내용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인터뷰를 봐도 그러하지요. 기자가

미리 준비해간 뻔한 질문들에 Q&A의 형식을 넘어서기 어려운 인터뷰 기사들을 볼때마다 답답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축구팬들이야 저런 정보라도 고맙게 챙겨보겠지만 문제는 일반 사람들이 양자를 접했을때의 반응도 입니다.

야구에 대해서는 일반 사람 수준에 그칠 저도 야구기사를 보면 야구라는 스포츠에 얽혀있는 특유의 감성에 자극되어 휴일날

집안에서 빈둥거릴때 한 번 정도는 야구 경기를 틀어보게 되었는데 축구 기사를 본다면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될지 의문입니다.

다시말해 축구 기사를 보고서 감동을 받아 K리그를 챙겨보게 되었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ㅎ_ㅎ..


이 질문에 대해, 기자들의 답은 이러했습니다.

야구 쪽 사람들과 축구 쪽 사람들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와 적극성이 너무도 차이가 난다고 하더군요.

KBO는 야구 경기가 있을때마다 경기 프리뷰와 출전 선수 스탯더들을 각 언론사 스포츠 전담 기자들에게 메일로 쏴준다고 합니다.

기록만 가지고 있으면 기사쓰기가 정말 편하지요. 한마디로 날로 먹는 기사정도는 5분이면 써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K리그는 그런게 없지요 -ㅂ-.. 다 찾아봐야한답니다. 그나마 요샌 인터넷에 DB화되어있어서 자료 찾아보기가 좀 편해

졌지만 예전같으면 영락없이 축협 2F 자료관 가서 기록지를 뒤져봐야 기사 하나 쓸까말까 이지요. 물론 K리그 연맹측에서

저런 편의 안 봐준다고 기사 안 쓴다고 하면 기자가 자기 일을 게을리한다고 시인하는 꼴이지만 기본적으로 기사를 작성하는데

편의를 한껏 봐주는 KBO에 관련된 기사가 K리그에 비해 양적으로 월등하게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양적 규모가 기본적으로

많아야 질 좋은 기사의 수도 많아지는게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 다음으로 든 것이,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야구쪽은 선수들이나 관계자들이나 상당히 언론의 접근

에 적극적입니다. 안 물어본 것도 알려주려고 하고 인터뷰 약속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일도 거의 없다고 해요. 근데 축구는

뭘 그리 숨길게 많고 불만이 많은지 인터뷰를 할때도 시큰둥한 표정으로 일관한답니다. 이래서야 준비해온 질문 외에 다른 질문을

던질래야 던질 분위기가 못된다고 하더군요.

이런 말들을 듣고 나니 일전에 어떤 분이 말씀하시길, 축구 판에서는 상대를 칭찬하는 경우가 드물다. 라고

한 기억이 나더군요. 그만큼 축구판 내부에서 조차 서로가 서로를 동업자를 넘어 친구로 인정, 배려하는데 무감각하다면 축구판을

외부에서 바라볼 뿐인 기자와 팬들에게 배려가 넘치길 바라는건 요원한 일이겠지요.



결론은 전반적인 축구판의 환경을 개선시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환경이란 유소년 축구의 정착, 리그 참여 팀 수의 증가,

전용 구장 건설과 같은 제도적 조직적 가시적 환경의 개선에 그치는 것이 아닌, 비 가시적인 환경과 문화의 개선까지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작금의 K리그가 위로는 J리그의 비약에 눌리고 아래로는 중국, 호주, 베트남 등의 프로리그 출범과 함께

바짝 뒤쫒기는 상황에서 혁신을 이루고자 한다면 우선, 프로 리그에 참여하는 팀, 프론트, 선수, 선수 관계자, 그리고 팬이라면

프로에 걸맞는 의식의 내재화를 제일의 과제로 삼아야할 것입니다.

써놓고보니 이 글 자체도 하나의 description과 원론적인 제안에 그쳤군요 -_-; 좋은 글 쓰는 일이란 참 힘든 일입니다.

by 사냥꾼이너무많다 | 2009/06/22 20:40 | K리그에 관련된건 뭐든지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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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umic71 at 2009/06/22 22:09
아니 뭐 같은 내용을 '기자A' 를 주인공으로 하여 쓰면 그게 야구 기사처럼 되는 거지요.
Commented by 홍차도둑 at 2009/06/22 23:37
하나 더 보충해야 할 것은 그러한 것을 안한 것은 구단 책임론이 맞습니다. 하지만 축구구단과 야구구단의 차이점 중 하나는 인력수 문제도 있어요, 한 직원이 마구 멀티 뛰는 것은 축구는 더하거든요 구단 하나 돌리는데 다섯명이서 조뺑이 쳐야 하고...특히 IMF 이후 이게 더 심해졌습니다.
그 뒤부터 이러한 현상이 양극화가 생겨났죠. 그냥 봉투 돌리기만 급급하고...
거기에 이것도 무시 못하는게 기자숫자가 축구하고 야구하고는 다릅니다.
스포츠 서울이 그나마 1구단 1기자를 축구가 운영하는데 그 1기자도 보면 다른 종목 하거든요...그러다보니 그 구단만 마구 파거나 현장에서 원고 작성만 하면서 며칠간 구단 연고지에 내려가 있으면서 선수들하고도 대작하고 그런 것을 못합니다. 이게 참 문제가 되버렸지요(사실 이건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지만요)...그렇다고 분석도 아주 촥촥 하는것도 아니고...어정쩡하게 되버린거지요.
스포츠 서울이 그나마 1구단 1기자 지만 다른 신문들은 1기자가 2-3구단 하는게 일반적이고 축구부가 따로 있지도 않는 것이 현실...

프로에 걸맞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그만한 스텝 확충 및 '몸으로 때워라' 등등도 바꿔야지요 그것도 프로에 걸맞는 의지라면 의지이지만...
결국은 돈으로 귀결됩니다. 예산이 문제고 그리고 또 그만큼 들어와야 하고...뭐 이건 답이 잘 안보여요. 다른나라도 빈익빈 부익부라서 이게 마찬가지이긴 하지만...이정도까진 아니니까...
일단 구단이나 선수나 좀 이런 면이 적극적이었음 좋겠어요.
박주영의 경우도 인터뷰에 성의없어 보여서 자신이 안티팬 늘린 것도 분명 있거든요.
Commented by 사냥꾼이너무많다 at 2009/06/23 12:26
선수들 연봉 구조를 보면 구단에 돈이 없는 것 같진 않은듯 싶으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돈 쓰는게 인색한걸 보면 참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사실 프론트에게 선수보다 돈을 챙겨줄라면 더 챙겨줘야할 판인데 프론트는 박봉에도 모자라 요새는 소속팀 선수들이 프론트한테 인사도 안한다고 프론트로서

권위가 서질 않는다고 하소연까지 하더군요. 선수와 선수, 구단 관계자, 에이전트, 언론간의 관계를 맺는 것이 이토록 분절적이고 겉도는 상황은 리그라는 하나

의 사회적 틀에 큰 장애를 유발할 듯 하네요. ㅠ..
Commented at 2009/06/23 15:1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덴디 at 2009/07/03 21:43
집에서 스포츠 신문 보기도 하고 가판대에서 매일매일 보는데 거의 1면이 야구...그것도 롯데더군요. 냉정하게 보면 팔릴만 하니깐 그런거다...싶긴 한데...기사거리가 생길 일이 늘어나는게 문제겠죠...글에는 동의합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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