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로서의 프로 의식을 재고해주십시오.

이번 기성용 선수건을 바라보며 프로의식에 대한 개념 정립의 시급함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프로의식이란게 과연 어떤것인가요? 프로의식의 본질이란게 뭐죠? 돈? 명예? 명성? 그럼 돈많고 명성도 높은 유럽 빅리그 선수들은 죄다 프로의식 만점이고 인도네시아 프리미어리그 뛰는 선수들은 프로의식이 있지도 않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프로의식이란게 그런게 아니죠. 근데도 일부 선수들은 프로의식이 그런 거라고 착각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프로의식의 본질에 대해서 한 번 사색해봤더니 결론은 이거더군요.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일상적인 삶의 현장이 누군가에게는 성지인 이들도 있다. 축구 경기장을 찾는 서포터들, 그들에게 축구장은 단순 여가시설의 하나라는 일반적 의미를 넘어서 자신의 혼을 내맡긴 종교적 열정과 성스러움이 혼재되어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 성지라 불리지 못하는 성지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가 있으니 우리는 이들을 축구 선수라 말하며 서포터들이 그들을 향해 노래하고 환호하며 때로는 눈물도 흘리는 모습을 흔히 접한다. 서포터에게서 우리는 그 어떤 사심이나 작위적인 모습따윈 찾아볼 수 없다. 순수한 열정 그리고 끝없는 사랑, 이것은 경건한 종교인들이 신적존재에게 자신의 신앙심을 증명하기 위해 행하는 찬양이나 기도에서나 겨우 찾아볼 수 있는 광경이다. 다시말해 축구선수는 그 누구도 감히 범접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신(神)적인 위치를 필드에 서 있을때만큼은 마음껏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축구 선수란 자신이 뛰고 있는 필드를 위해 자신을 성원해주는 서포터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각오를 해야한다. 이것이 프로의식의 본질이며 이 단순한 명제를 몸소 보여준 선수를 우리는 레젼드라 칭한다.


그렇습니다. 프로의식을 만들어내는 근간 그것은 바로 팬들입니다. 팬이 없으면 그 선수에게 돈은 누가 줄까요?  팬이 없으면 그 선수 플레이 하나하나에 누가 칭찬해주고 입소문을 퍼뜨리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선수들이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선수들은 자신이 잘하니깐 그러기에 저렇게 열광하는거겠지 하며 팬들의 성원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신적인 위치를 너무 자주 맛봤더니만 그 눈물나게 달콤한 기쁨을 인식할 정신이 마비된 상태로 뛰고 있습니다.

흔히 그러죠. 초심으로 돌아가라. 이게 딴게 아닙니다. 자신이 프로선수라는 누군가가 그렇게 혼을 내맡기고 사랑하는 팀의 일원이 되어 필드에 처음 발을 딛었을 때의 그 기억, 자신하고 안면은 커녕 이제 처음 본 사이인데도 자신이 축구선수라는 이유만으로 저렇게 환호하고 자신의 이름을 하나되어 외쳐주는 그 때 느꼈을 형언할 수 없는 감격 그걸 기억해달라는 겁니다.


스포츠란 선수 혼자 잘해서 되는게 아닙니다. 스포츠란 선수와 팬 심판 경기시설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룰 때 아름답습니다. 그렇기에 인류 유사이래 지금까지 단순한 육체활동이 이토록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걸고 뛰는 A매치란 태극전사 11명과 4천만 넘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함께 뛰고 즐기는 축제의 장이고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사심없이 하나되어 오직 승리를 염원하는 일종의 의식과도 같은 경기입니다. 민족주의나 쇼비니즘같은 잣대를 떠나서말이죠. 당신의 등뒤에는 4천만 서포터가 있음을 기억하라는 응원구호는 그렇기에 존재합니다.

왜 우리가 태극전사의 음주파문에 분노하고 치를 떨었겠습니까? 우리가 뭐 그것때문에 금전적 손실을 입었나요? 육체적 피해나 정신적 피해라도 입었기 때문입니까? 아니죠. 팬들은 자신의 역할을 다했습니다. 승리를 기원하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경기를 끝까지 지켜봤습니다. 비기거나 패한 것까지는 좋습니다. 승부의 세계에선 흔한 일이니까요. 진정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팬들의 신뢰를 저버린 선수들의 프로의식의 부재때문이었습니다. 선수 스스로 스포츠의 아름다움을 무참히 짓밟아 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무참히 짓밟힌 것에는 팬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프로 선수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자신이 어떤 위치에 서있는가 그리고 그 위치에서의 책임감이란 무엇인가를 사색해보는 시간을 가져달라고요.

by 사냥꾼이너무많다 | 2007/11/20 10:36 | K리그에 관련된건 뭐든지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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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홍차도둑 at 2007/11/20 12:09
그러나 뭣같은 것들의 비난의 수위는 엄청나죠...
뭔가가 이상하게 되어버렸어요.

요즘 공익광고에서 나오는 '테러보다 더 나쁜 악성댓글' 그거 틀린말은 아니라고 봐요.
나도 다음에서 기사 주는데 몇천원 안받는거, 말이 몇천원이지 그거 해봐야 얼마나 된다고...글 하나에 8천원 받는데 댓글에는 악플 천개 넘게 달리면서 인격모독까지 마구 달리는덴 돌아가실 지경이었지요...

기성용선수보다는 악플러들에게 뭐라 하고 싶은 맘 없는건 아니죠. 정말 싫은게 뭔가 하나 싫은 말 했다고 해서 우르르 가서 매장시키고...이건 저 별로 안좋아합니다.
Commented by 사냥꾼이너무많다 at 2007/11/20 12:47
악플러들은 가볍게 무시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죠. 사회에 나가면 그런 인간 말종들 인간대접도 못받는게 넷상에서 찌질거리느라 고생이 많다고 ㅉㅉ 하며 넘어가시는게 편합니다. 하나하나에 너무 괴념치 마세요. 하지만 위에 건은 분명 기성용 선수가 일정 수위를 넘는 행위이긴 합니다. 비판은 받아야겠죠. 비판을 넘어선 원색적 비난이 많아서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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